HSBC e-자유예금 계좌를 한 10년 이상 썼던 것 같은데, 이번주에 은행에서 전화가 왔다. 국내에서는 개인예금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는 뉘앙스로 결국 해지를 권고하는 전화인데, 뭐 알고는 있었는데 이제 해지를 정말로 해야 할 것 같다. 개인금융 서비스를 완전히 중지하는 일자는 아직 결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금감원 승인이 필요한듯) 방향은 이미 결정되어 있으니 시간의 문제일 뿐이겠지.

당시는 통장 없고 일정금액만 유지하면 (그게 나중에 좀 오르긴 했다. 처음에는 월 30만원을 유지만 하면 계좌이용수수료가 없었던것 같은데 나중에 300만원으로 올랐을 거다) 이체 수수료 없음. 타행이체 수수료 없음, 현금카드 ATM 수수료 무료, 타행 예약이체 수수료 없음이라는 파격적인 서비스 때문에 바로 신청을 했던 것인데, 다른 은행도 모두 인터넷통장이라는 걸 만들면서 비슷하게 수수료 무료이긴 하지만 (국민 인터넷통장 등) 위에서 나열한 모든게 다 무료인 건 지금도 없지 않을까 싶다 (특히 타행 예약이체) HSBC는 지점이 매우 적어서 실질적으로 지점 방문해서 무얼 한다는게 어려우니 그렇게 했을 수도 있겠지만.

HSBC 인터넷뱅킹은 여러모로 특이한 점이 많은데, 일단 HSBC는 인터넷뱅킹 웹 서버가 국내에 없다. 홍콩에 있는 것으로 아는데, 예전에 읽었던 기사로는 현재 법령상으로는 모두 국내에 서버를 둬야 하는데 규제가 생기기 이전에 영업을 시작해서 그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세한 내용 아시면 댓글로 부탁) 그리고 분명히 처음에는 ActiveX 설치를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아서 로그인 후 OTP 암호만 입력하면 조회 및 이체도 가능한 국내 유일한 은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러다 보니 예전에는 FreeBSD + firefox 에서도 이체가 되었다.

몇년 뒤에 보안 강화라는 목적으로 공인인증서가 (반?)강제가 되면서 이쪽도 어쩔 수 없이 ActiveX (공인인증서, 키보드 보안, 방화벽) 3단 컴보가 설치가 되어야만 이체가 가능해 졌지만, 사실 조회만은 지금도 기존대로 ID + 암호 + OTP만으로 가능하다. 보안카드는 애초에 없다. 즉 꼭 필요한 부분에서만 공인인증서 인증을 요구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일반 은행은 ID 로그인과 인증서 로그인을 나누어 제공하는데 여기는 ID 로그인만 있고 인증서는 필요할 때만 물어본다는 의미.

실제 써 보면, 거의 10년동안 공인인증서 추가 이외에는 바뀌지 않은 UI는 매우 구식처럼 느껴지지만 좋은 점도 많다. 일단 팝업이 전혀 없고, 화려한 이미지 이딴 거 없으며, 브라우저를 거의 타지 않으며 (ActiveX 동작해야 하는 페이지 제외), 계좌 조회는 그냥 테이블이고 (국내 몇 은행은 단순한 거래목록 조회하는데에도 ActiveX 설치를 요구한다. HTML로 표를 만들줄 몰라서 그런것 같지는 않은데) 이체 등록이나 예약이체 등 꼭 필요한 기능은 실제 써 보면 나름 편리하게 되어 있다. 이미지 사용도 매우 절제되어 있어서 서버는 홍콩에 있지만 로딩 속도도 크게 느리지 않다. 물론 국제회선 압박이 심한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더 느리긴 하겠지만.

물론 불편한 점도 많다. 가령 요즘같은 시대에 스마트폰 뱅킹용 앱이 없다든가 (철수하려니 신경쓸 이유도 없겠지만) 서버 접속이 느리다든가 브라우저의 뒤로 가기 기능이 안먹는다든가 하는게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좋았던 사이트. 역설적으로 말하면 너무 신경을 안써 주어서 미니멀할 수 밖에 없어서 더 좋았던 거라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