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굳이 올릴 필요 없으니 패스.

내건 밀레니즈 루프 42mm 모델인데, 사실 구매하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일단 시계줄 때문이라 말할 수 있다. 그냥 괜찮아 보여서.

애플워치를 차고 다니니까 (뭐 실리콘밸리에서는 꽤 보이는 편이다. 밸리 밖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마 별로 없겠지...) 가끔 사람들이 물어보곤 하는데 90%의 확률로 첫 질문은 왜 샀어요? 인데 보통 시계를 왜 샀냐고 사람들에게 물어보지는 않는걸 보면 기본적으로 애플워치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짐작은 된다. 시계 사는데 큰 이유가 있을 리가 있나.

그러니까 애플워치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말고 (애플스토어 가면 테스트도 되고 직원에게 이야기하면 시착도 해 볼 수 있으니) 그냥 시계를 하나 샀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거라 본다. 시계라는게 요즘에는 사치품에 가까워서 일단 일반 시계도 조금만 괜찮은 거 사려면 애플워치 가격 나오는 건 일도 아니니까. 따라서 본체에 색과 크기말고 다른게 없는 애플워치를 고를 때에는 그냥 시계줄 보고 사는게 정답이다. 이미 시계줄만 따로 팔고 있는데, 2세대가 나오게 되면 반대로 본체만 팔아도 좋을것 같다. 시계줄은 있는거 그냥 쓰면 되니까.

따라서 나도 90%의 시간을 그냥 시계로 쓰고 있다. 앱이나 부가 기능은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는데, 그 전에 차고 있던 페블을 생각해 보면 그것도 시계 이외의 용도로는 거의 쓸 일이 없어서 (기껏해야 노티 보는 정도) 시계 이상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두번째 질문은 시계 이외에 쓸만한 기능이 무언가 하는 건데 내가 볼 때에는 단연 Activity 이다. 이걸 추가하는 것 만으로 그전에는 활용성이 제로에 가깝던 아이폰의 Health 앱을 띄워 보는게 의미가 있게 된다. 그리고 하루 목표 채우기 위해서 굳이 더 걸어 다니게 되는 장점도 있고. 폰만 있을 때에는 Moves 앱으로 만보정도 채우는게 목표가 되었다면 워치의 Activity 앱으로는 다른 것들도 같이 볼 수 있게 되니 그런 점에서는 페블에 없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차가...)

그외 서드파티 앱들은 대부분 쓸모가 없어서, 원래 아이폰 앱으로 디자인 된 것들이라 사실 복잡한 UI가 불가능하니 일부 정보를 보는 정도밖에 못한다. 가령 애플워치에서 메신저 앱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채팅이 거의 불가능하고 메시지야 노티 보면 되는데. 시티뱅크 앱은 계좌 잔고 등의 요약 정보를 보여 주는데 이건 또 개인 정보가 너무 노출되는 것 같아서 싫고, Swarm 앱은 체크인이 가능한데 뭐 생각하던 그 장소라면 문제 없지만 장소를 바꾸어야 하면 그것도 꽤 귀찮다. 아직까지는 애플에서 제공하는 기본 앱 이외에 서드파티 앱중에 쓸만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고, 아마 향후에도 계속 그러지 않을까 한다. 주된 이유는 UI의 제약 때문인데, 이미 기본 기능과 센서 등은 기본 앱으로 충분한지라 어떤 혁명적인 앱이나 UI가 등장하지 않는 한 워치에서의 서드파티 앱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외에는 노티 날아오고 페블 대비 한글 걱정 안한다는 것 정도. 용두 인터페이스는 신기하긴 한데 용두 단추와 그 아래의 단추의 용도가 사실 구분이 안되어서 이 부분은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애플로서는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 용두 하나만 남겨 두어도 충분할 것으로 본다. 오래전에 매킨토시용 마우스에 단추가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리고 하나만 갖고도 별 문제가 없다는 점에) 그런정도의 노력은 필요하지 않았나 본다. 용두만 있으면 더 시계같아 보이기도 하고.
 
세번째이자 보통의 마지막 질문은 배터리가 얼마나 가느냐 하는 것이다. 페블을 처음에 차고 있었던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배터리였는데, 페블은 정말 충전 안해도 일주일을 유지하기 때문에 큰 주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워치의 경우에는 하루밖에 안간다고 해서 불만들이 많았던 것으로 아는데, 하드웨어의 차이 때문이지 컬러와 터치 디스플레이를 갖는 경우는 다들 마찬가지인 것으로 안다. 그런데 내 경우는 주 용도가 시계와 Activity 라 그런지 (즉 조작할 일이 별로 없음), 9-10시간 정도 밖에서 보내고 퇴근해서 충전 케이블 연결하면 보통 75%는 남아 있다. 따라서 하루이틀 충전 잊어도 큰 문제는 없는데, 보통 폰이랑 세트로 들고 다니게 되다 보니 그냥 폰 충전할 때 같이 충전하는 버릇이 들어 버린다.

사실 충전케이블은 좀 불만이 있는데, 범용적인 USB를 애플에게 바라지는 않아도 라이트닝 정도였으면 호환성도 있고 좋았을 텐데 플러그가 없는 비접촉식의 충전 방식을 쓰는지라 동봉된 전용 충전 케이블이 아니면 애초에 충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단점이다. 출장갈 때 케이블 잊으면 그걸로 끝이라는 이야기. 게다가 충전시에 별로 멋있지도 않고... 물론 '나의 소중한 애플워치에 케이블 단자 구멍은 안된다는!' 과 같은 디자이너의 마음은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

아, Activity 이야기를 하면 '그냥 핏빗 사면 더 싸고 좋지 않나요?'하는 이야기를 듣는데 이건 시계로 산거고 나머지는 다 덤입니다. 그렇게까지 운동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페블도 그랬지만 소위 스마트워치를 두개 써 본 입장에서는, 현존하는 하드웨어의 제약인지 상상력의 부족인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스마트폰처럼 범용적이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사실 이건 배터리 제약 등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작은 디스플레이를 갖고 할 수 있는게 UI의 제약이 가장 큰 문제이다. 스마트폰이 점점 커지는 이유가 답답해서인데, 워치는 갈수록 작아지지 커지지는 못하는 것이고, 완전 인공지능 음성인식이 당분간 될 리도 없고, 개인이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는 몸에 바로 붙는 센서의 역할이 가장 크지 않을까 한다. 그외에는 아직 단순히 킬러 앱이 등장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따라서 원형이나 사각형이냐 배터리가 며칠 가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시계 외에의 용도에서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용도를 찾아내는 것이 제일 큰 과제일 거라 본다. 스마트폰 초기에는 다들 화면도 작고 해상도도 낮고 배터리도 얼마 못갔지만 몇몇 킬러 앱들 때문에 순식간에 확산 되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